'마케터는 새빨간 거짓말쟁이'는 거짓말이다.

'마케터는 새빨간 거짓말쟁이'는 거짓말이다.

빨간색 표지의 '마케터는 새빨간 거짓말쟁이'는 충분히 시각적 자극을 주었고, 그만큼이나 자극적인 제목이었다.
세스고딘은 여기서부터 거짓말을 깔고 들어가는 과감함을 보인다. 막상 책을 열어보면 그의 논리는 조금 다르다.
마케터는 상당히 진실되어야 하며 그 진실된 스토리를 들은 소비자들이 스스로에게, 혹은 주위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다. 즉 마케터가 거짓말쟁이가 아니라 소비자가 거짓말쟁이라는 논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표지에서는 마케터가 거짓말쟁이라고 하고 있다.
이것은 그가 의도했건 의도치않았건 이 책의 주 구매고객이 될 마케터 그룹, 잠재적 마케터 그룹에게
충분히 눈길을 끌 수 있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세스고딘, 마케터의 힘인가?

이 책은 읽는 내내 나에게 일종의 희망과 같은 기분좋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마케팅 생각보다 별 거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전까지 마케팅에 대해 공부를 해 본 적이 없다. 그 때문인지 막연하게 마케팅이란 상당히 전문적인 분야이고
기초적인 지식이 없이는 접근할 수 없는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해왔다.
또한 마케터라는 직업 역시 프로페셔널한 직업으로 생각해왔기 때문에
내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나약한 고민을 안고 있었다.

하지만 세스고딘은 그 점에 대해 아주 간단명쾌하게,
마케터란 일관성있고 진정성있는 하나의 스토리를 이야기하는 스토리텔러라고 말한다.
그의 논리에 의하면 마케팅이라는 것은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 어려운 부분이 아니며 생각보다 쉽게 접할 수 있고,
쉽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었다. 마케팅을 누군가에게 상품을 팔기위한 행위라고 정의해버리면 한없이 어려워진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마케팅을 우리 생활의 일부분이며 우리가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하는 모든 행동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이해를 하고보니 내가 우려하던 것만큼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스토리 또한 마케팅을 하기위해 억지로 지어내는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하루에 몇번이고 나의 의견을 피력하기 위해 나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솔직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나는 내 나름의 스토리를 떠들어대고 사람들에게 공감받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여기에서 말하는 스토리는 상업마케팅의 스토리와는 조금 다른 것이겠지만 일단은 나도 스토리텔러라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스토리텔러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세스고딘이 말하고 있는 소비자의 전형적인 모델에 속한다.
필요에 의해 상품을 구매하기 보다는 원하는 것을 구입하는 소비자이다.
전혀 몰랐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나의 모든 구매활동이 마케터에게서 나온 스토리를 통해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논리를 읽고나니 내 생각을 간파당한 것 같아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가 비교적 이성적이며 논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왔지만,
나의 소비심리는 언제나 거짓말과 합리화를 일삼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스토리를 구매함으로써 나와 그 브랜드가 갖게 되는 정서적 유대감을 좋아하며
이것이 마케터가 노린 정곡이라 할지라도 이러한 소비를 자제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것은 나만의 세계관인 것이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앞세워 성공을 거두었고,
또 어떤 기업들은 진솔하지 못한 이야기 때문에 큰 손실을 보기도 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세계관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도 계속해서 변화해간다.
그리고 그 변화에 맞춰 새로운 프레임을 짜고, 그 안에 진실된 스토리를 짜임새있게 접목시키는 것이 관건이 된다.

지금의 나도 일종의 스토리텔러이기는 하다.
다만 지금까지는 다양한 소비자의 세계관과 공감할 필요가 없는 스토리텔러였다면
앞으로는 다양한 세계관과의 소통이 가능한 스토리를 구상하는 것이 나의 최대 과제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마케터는새빨간거짓말쟁이마케팅을강력하게만드는스토리텔링의힘 카테고리 경제/경영 > 마케팅/세일즈 지은이 세스 고딘 (재인, 2007년) 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