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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용의상논란에 대해

너는물고기 2008. 12. 15. 00:17
 

아이돌 가수의 I♥SEX


얼마 전 인터넷 서핑 중 흥미로운 기사를 하나 읽었다. 최근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빅뱅이라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선정적인 문구가 적힌 의상을 입고 무대에 섰고, 그 장면이 방송에 나왔다는 기사였다. 그리고 며칠 뒤에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해당 멤버와 방송사에 경고를 주었다는 기사를 볼 수 있었다. 사건인 즉, 케이블방송사 M․net의 '20대를 위한 여름 시상식'에 빅뱅의 멤버인 권지용이 성적인 문구가 새겨진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올랐고, 방송사는 이 의상이 찍힌 영상을 여과 없이 방송에 내보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방송을 보고 언짢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방송사에 주의조치를 하였고, 앞으로 그 멤버가 입었던 의상처럼 자극적인 문구가 적힌 의상은 방송에 허용이 되지 않는 것이 되었다.

이 사건에 대한 기사를 읽던 나는 혹시 바르트가 이 사건을 보았다면 얼마나 신랄하게 비판을 했을까 라는 의문이 들면서 내가 직접 이 사건에 얽힌 신화를 깨보고자 했다.


사건의 발단은 그룹가수의 멤버인 권지용이 ‘69’, ‘I♥SEX’, ‘Fuck you too’라는 문구가 적힌 옷을 입고 노래를 하고 있는 모습인 기표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기표에는 아이돌 가수의 멤버인 권지용, 어린나이인 권지용, 선정적인 문구인 69․SEX․Fuck 등 수많은 기의가 더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는 그 의상이 적합하지 않다는 의미를 만들어 낼 것이다.

그러나 가장 상위의 문제는 69․SEX․Fuck이라는 문자, 즉 이들 기표가 갖는 신화이다. 이 기표들은 성적이라는 기의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성적인 것이 나쁜 것 이라는 의미는 우리 사회에서나 가능한 신화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성’에 대한 인식은 다른 나라에 비해 굉장히 퇴폐적이고 부정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열린 ‘성’으로써의 인식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과는 달리
이번 사건에서 이러한 단어가 적힌 옷을 입지도 못하게 제재하고 보아서는 안 되는 단어로 만들어 버림으로써 성에 대한 인식은 다시 한 번 어두운 곳으로 묻히게 되는 것이다.

10대들이 이 의상을 보고 나쁜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의견들도 마찬가지이다. 10대들이 성적인 단어를 접한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 퇴폐적이라는 신화만 없다면 10대들이 그 단어를 접하건 말건 그것은 단지 성적인 단어일 뿐인 것이지 더 이상 나쁜 단어, 저속한 단어가 아닌 것이다.

그리고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이 멤버가 착용했던 의상은 세계적인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의 상품이다. 그러나 존 갈리아노를 향해 이런 선정적인 문구를 왜 새겼느냐고 비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존 갈리아노는 세계적이라서 괜찮고 이 멤버는 그에 비해 보잘 것 없기 때문에 이런 비난을 받아야 하는 것일까?

비슷한 예로, 영국의 유명밴드 Sex Pistol의 팀명이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우리나라에서 다른 이름으로 방송에 나온다거나 하는 경우는 없었다. 외국인들이 사용하는 성적 표현은 미적이고, 한국인이 사용하는 성적 표현은 저속한 것일까? 같은 단어임에서 불구하고 이런 경우가 생기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의 의식자체에 [서양은 개방적이니까 괜찮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안 돼!] 라는 신화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신화가 자꾸만 성이라는 것을 어두운 곳으로 끌고 가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로는 케이블 방송에서는 비키니를 입은 여자들이 게임을 한다든지 성관계를 재연하는 장면 등 ‘성’을 컨셉으로 하는 방송이 많다. 이런 방송은 심의에 걸리지 않으면서 한 가수의 티에 쓰여 있는 문구는 제재 당한다는 것은 어딘가 이상하게 느껴진다. 그 의상을 보고 모방하는 청소년은 걱정하면서, 각종 ‘성’을 컨셉으로 한 방송을 보고 청소년이 받을 영향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는 듯해 보인다.

이렇게 이 멤버만이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은 청소년을 상대로 하는 ‘아이돌 스타’이기 때문이라는 기의 탓일 것이다. 이는 그 날 방송이 ‘20대를 위한 시상식’ 이었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분명 이 방송의 타겟 성인인 20대 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평소에 청소년을 타겟으로 하는 가수였다는 점이 적합하지 않다는 신화를 만든 것이다.

이와 같이 정확한 잣대 없이, 만들어진 신화에 의해 어떤 경우는 경고를 받고  어떤 경우는 그렇지 않은 심의는 옳지 않다.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해 주는 한에서 정확한 기준을 정하고 투명하게 옳고 그름을 가리는 것이 신화를 탈피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닐까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사건은 이러한 많은 신화들이 얽혀서 마녀사냥과 같이 이 멤버를 옭아매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가수에게 있어서 의상은 그 음악을 표현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수단일 것이다. 자유로움과 반항을 표상하는 Punk라는 장르에 있어서 금기시 되어있는 것들을 선보이는 것은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만약 Punk음악을 하는 가수가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나온다면 음악이 아무리 좋다한들 제대로 된 Punk가 아니라는 평을 듣게 될 것이다.

이처럼 이번 사건의 권지용도 자신들의 음악을 제대로 표현하는 퍼포먼스의상이라는 면에서 꽤나 좋은 선택을 했다고 해석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쓸데없는 신화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번 사건에서 잣대 없는 제재를 가함으로 인해 이러한 만들어진 신화들은 좀 더 강력한 힘을 갖게 되겠구나, 라는 안타까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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