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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시모키타자와 - 요시모토 바나나(吉本ばなな)

오랫만에 달달한 책 한권을 읽었다.
지하철 배포대에 꽂혀있던 광고용 찌라시(?)로 다섯페이지 정도를 읽고는
홀딱 반해서 그 길로 서점에 가서 안녕, 시모키타자와를 구입했다.

나는 실제로 '시모키타자와'를 좋아했다.
도쿄에 있는 젊은이들의 거리이다. 서울의 홍대 느낌이랄까?
홍대보다 더욱 아날로그한 느낌이 풍기는 그런 동네이다.
도쿄 여행 때 잠깐 들렀었는데, '아기자기하다' '인간적이다' 라는 느낌을 받았었다.
마음껏 둘러보지 못해 항상 동경처럼 이 동네를 그리워했었는데,
그런 동네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라니 자연스럽게 끌렸던 것이다.

소설 역시 내가 동경하던 시모키타자와의 분위기를 한껏 품고 있었다.
어딘가 사연이 있을 것 같은 점포들과 손님들과 주민들.
그 속에서 아버지의 사망에 대한 아픔을 치유받으며 살아가는 요시에와 엄마.
그 둘의 우정이 어쩐지 나와 엄마를 보는 것 같아 키득거리면서 읽어내려갔다.

그동안 우아한 이미지를 유지하며 부자 동네에서 살아오던 엄마는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의 역할을 떠나 이 동네에서 한 명의 사람으로써의 삶을 시작한다.
젊은이들만의 거리라는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젊은이들의 감성과 호흡하며 이 동네의 구성원이 되어간다.
그리고 엄마와의 동거를 달갑지 않게 생각하던 요시에도 어느새 엄마와의 동거 아닌 동거생활에 익숙해지고
둘은 죽은 아빠에 대한 아픔을 잊어가며 각자의 길을 찾아간다.

나는 길을 걷고 있다는 점에서는 다른 사람과 아무 차이 없는 것처럼 태연해 보이는 자신이 신기했다.
속은 이렇게 엉망진창인데, 쇼윈도에 비친 내 겉모습은 예전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p15)

누구나 그렇다. 이 소설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지만, 실연이나 실패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망연자실해서 모든 것에 손을 놓고 슬퍼만하기에는 우린 너무 바쁜 시대에 살고 있고,
목놓아 울고 있는 것은 누군가에게 피해가 되기까지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슬프고 슬퍼도, 최대한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고 태연하게 큰 파도 없이 지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보내는 시간은 결국 약이되어, 모든 것이 해결된다.

맞다. 작가는 이런 말이 하고 싶었을까?

요시모토 바나나 특유의 휴머니티. 가족을 다루는 그녀의 휴머니티를 나는 워낙 싫어했다.
21세기에 '가족애'라니 영 내 취향이 아니다싶어 키친과 아르헨티나 할머니밖에 읽지 않았지만.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나라면 이상황에 이러지 않았을까?' 하면서 공감하는 걸 보면
나도 인간적이다. 뭐 이정도 휴머니즘은 달달하다.


결론은 난 다시 시모키타자와에 가고싶어졌다. 모시모시.


안녕시모키타자와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지은이 요시모토 바나나 (민음사,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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