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나의 첫 유럽, 혼자 떠난 오스트리아 (1일차, 1)


  나의 첫 유럽여행

아시아 외의 지역으로 떠나는 첫 여행이었다. 별다른 의미는 없었다.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 중 대부분은 책으로 익힌 견문을 견문으로 인정하지 않는 듯했다.  
'로마에 가서 직접보니 책하고는 또 다르더라! 장난아니더라~' 라는 둥.
과연 백문이불여일견이라는 그 장면은 책에서 접한 장면과 무슨 차이가 있는걸까. 라는 약간은 냉소적인 마음을 가지고 여행을 떠났다.

오스트리아로 떠나는 비행기. 
한 번 경유를 해야했다. 문제는 오전 11:30부터 오후 20:30까지 타이페이 공항에 있어야한다는 것.


공항에 내려 먼저 네스카페 카페로 들어갔다. 카페야말로 시간을 때우기에 가장 적당한 곳이기 때문이다.
여행 출발 전날까지도 업무가 많아 사실 in-out이 오스트리아 빈이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
가진 정보 역시 아무것도 없었지만 다행이 저스트고 하나는 챙겨들고 온지라. 카페에서 대략의 루트를 짜기 시작했다.


어렵다. 그냥 목적지 없이 멋진곳을 향해가고, 보고싶은 것을 보러가고 마음대로 돌아다니기로 결정짓고도
7시간 이상을 타이페이 공항에서 마냥 앉아있는 지루한 시간을 보냈다.



  오스트리아 빈의 아침

시작도 전에 여행이 싫어질뻔했지만 그래도 이미 비행기는 탄지라 오스트리아 빈에 도착했다.
내가 도착한 시간은 아침 7시.

새로운 아침을 전혀 연고없는 유럽의 한 도시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의미를 부여하자고치면 끝없이 부여할 수 있었지만 내 타입은 아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비행기에서 내려 타국의 공항에서 마주치는 내가 읽을 수 없는 언어들은
그나마 이질감을 주는 요소이자, 설레이게 하는 요소이다. (이내 눈에 익어버린다는게 조금은 아쉽다)


일단 가장 먼저 한 일은 공항에서 패스권사기!
별다른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우선 72시간 패스권을 구입했다.
72시간 패스권은 18.5EUR 이었다. (사실 이 패스권은 양심에 맡길뿐 검사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공항에서 비엔나 도심으로 가기위해 S-bahn 을 탔다. S-bahn은 패스권으로는 탈 수 없다.
3.6EUR을 내고 티켓을 구입했다. S-bahn 타러가는 길을 제대로 못찾아 헤맸는데 OBB 역에 있었다.



S-bahn 을 타고가면서 드디어 오스트리아 지도를 꺼내보았다.  hof, strabe, plz 등의 단어가 가득하다.
추측해보건대 hof는 '역' 이라는 뜻이었고, strabe 는 '길', plz 는 '교회' 인듯했다.
알아야할 단어는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았다.

Wien Mitte 역에서 내렸다. 



공사중인 기차역에서 나와 내가 처음 접한 빈의 얼굴.
아 드디어 유럽에 왔나보구나! 영화에서나 보던 정교한 유럽건축물의 연속이다. 물론 일반 상가이다.



Wien Mitte에 도착한 시간이 아침 8시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숙소에도 갈 수 없었고,
아직 상점들도 문을 열기 전인지라, 우선 천천히 트램을 타고 시내를 한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조금 걷다보니 트램이 보이기시작했고 트램이 향하는 방향을 따라 걷다보니 트램 Schwedenplatz 역이 보였다.
 


저스트고를 보니 트램1번이나 2번을 타면 한바퀴를 돌 수 있다고 해서
둘 중 하나를 탈 생각이었는데, 마침 2번 트램이 오고 있었다. 
한바퀴를 쭉 돌았는대도 1시간이 안걸린걸보니 빈은 상당히 작은 도시라는 느낌이 확 다가왔다.
(아쉽게도 트램 경로가 바뀌었는지 저스트고님이 알려주는 노선과 같게 가지는 않았지만, 목적지는 없었으니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한바퀴를 돌면서 대충 길에 대한 감도 생겼다. 트램 한바퀴를 돌기로 마음먹은건 굿초이스였던 듯하다.
돌면서 보니 듣던대로 여유롭고 깔끔한 마을임에 분명했다.

트램에는 반려동물인 강아지 (우리가 생각하는 애완견말고 크-은) 와 함께 탑승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생소하고 부러운 장면 중 하나였다.


  케른트너거리와 그라벤거리

지도를 보니 이런저런 주요 관광지가 모여있는 곳이 보였다. 케른트너거리!
Karntnerring/oper 역에서 내렸다.


가장 먼저 보이던 것은 Wien 국립오페라 하우스였다.
오페라는 모르지만 TV나 책에서 보던 그모습 그대로여서 어쩐지 감동이었다.




오페라 하우스를 바라보고 오른편으로 나있는 큰 길이 케른트너 거리다.
케른트너 거리 역시 TV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였다.
케른트너 거리에는 ZARA, H&M, FOREVER21등의 유명매장들이 늘어서있어 여기가 명동인가 싶을 정도였다.
(아 아닌가. 명동이 마치 케른트너 거리 같다고 표현하는게 맞을까?)



거리에 늘어선 상점들을 구경하며 쭉 걷다보니 오른편으로 슈테판성당이 보였다.
하지만 난 우선 배가 고팠기에 슈테판성당이 보이는 곳에서 왼편으로 난 길로 향했다.
페스트 기념주가 보이는 걸 보니 이곳이 그라벤거리인 모양이었다.



페스트 기념주는 페스트 유행이 끝난것을 감사하는 마음에 세운 삼위일체상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한번 엄청난 생각에 사로잡혔다. 페스트 유행이 끝난 것을 감사한다니.
그 많은 목숨을 잃은 것에 대해 신에게 반하거나 분개하지 않고, 끝나게 해주어 감사한다니. 이 무슨 엄청난 신앙심이냐는.
여튼 기념주의 정교한 조각들에 심심찮은 감격을 하며 옆에 위치한 카페에서 아침을 먹기로 했다.



아침으로 파니니와 콜라를 사먹었다.
야외 파라솔에서 파니니와 콜라를 먹노라니, 아 진짜 유럽이구나! 그제서야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이 장면은 동네 노래방에 가면 간혹 세계여행 화상이 배경화상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정확히 이 위치에서 찍은 화상이 있다는 점에서 스스로 뭔가 키득키득한 기분이었다)


유럽에서 스타벅스와 맥도날드는 와이파이의 원천이다.
그라벤 거리에 위치한 스타벅스는 이 골목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와이파이를 펑펑 쓸 수 있었다.
덕분에 갑작스럽게 찾아봐야할 내용이 있을 땐 이 골목에 와서 검색을 하고 찾아가곤 했다 :)


  모차르트가 미사곡을 연주했던, 페터교회 (peters kirche)

아침을 먹고 걷다보니 근처에 작은 성당이 있었다. 들어가려고 보니 페터교회라고 쓰여져있었다.
(여기서 한가지 단어를 더 외울 수 있었다. kirche 가 교회인가보다. church와 비슷한 것도 같다)



페터라면 베드로 교회인가보다. 입구는 공사중이었으나 옆으로 돌아서 회당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회당 안으로 들어간 나는 그 화려한 모습에 진심으로 깜짝 놀랐다. 진심으로 혼자 '우와' 라는 소리를 연발했다.
지금까지 다소 냉소적이었던 나의 여행이 드디어 감동을 받기 시작했다.

빈에서 가장 오래되었다고 하는 페터교회는 모차르트가 미사곡을 연주했던 교회로도 유명했다.
맙.소.사 모차르트라니 막연히 위인전기로면 보고 픽션으로만 생각했던 모차르트가 진짜로 살아 존재했었구나!

무엇보다 성당내부의 정교한 장식과 그림등은 결코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던 그런 것들이었다.



  슈테판 대성당(Stephanplatz)의 위엄

거리를 걷다 드디어 슈테판 대성당에 들어가기로 했다. 가까이서 보니 정교함의 위엄이 대단했다.



역시 유명한 대성당이어서 그런지 각국의 관광객들이 가득했다.
가이드 헤드폰이 있긴했으나 듣지않기로 했다. 난 기초지식 조차 없기에 들어서 뭣하나라는 생각도 있었고,
무엇보다 여기저기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아 지나가다 옆에서 엿듣는 것도 상당했기 때문이었다.



한국인 관광무리를 (몰래) 따라 성당을 한바퀴 돌아보고,  성체조배실로 들어갔다.
성체조배실은 관광객들이 가득한 성당 내부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숨소리조차 방해가 될 정도로 거룩한 공간.
무릎을 꿇고 여기에 있게해주심에 감사하는 기도, 그리고 오늘의 내가 있게해주심에 감사하는 기도를 드렸다.

남탑에 올라가보기로 했다. 남탑에 올라가는 비용은 4.5EUR
마치 그물망같은 옛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다.
빈의 상징이라는 슈테판성당의 모자이크 양식의 지붕이 한 눈에 보이고,
빈의 시가지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었다.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