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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속에서 걸어나온 사람들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나카지마 아츠시 (다섯수레,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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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에게 채찍질을 한 자로(子路)

-역사속에서 걸어나온 사람들 ‘제자’  


 중국의 유명한 사상가였던 공자에게는 그 명성만큼이나 많은 제자들이 있었다. 지금까지 공자의 말씀이 전해져 내려와 우리가 그 말씀을 배울 수 있는 것은 제자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공자의 제자 중에는 공자가 가장 사랑했던 자로와 공자의 신임을 받던 안회, 어려서부터 탁월했던 자공을 비롯하여 염유, 민손, 자하, 재여 등 수많은 제자가 있었지만 나는 그 중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망설임 없이 자로를 꼽을 것이고 공자 또한 그럴 할 것이다. 자로와 공자의 만남은 한편의 드라마처럼 시작해서 드라마처럼 끝난다. 자로는 불같은 성격을 지녔고, 그만큼이나 사나운 외모를 한 사람이었다. 그와 어울리지 않게 일생을 공자를 섬기며 살았는데, 내가 자로를 공자의 제자 중 으뜸으로 여기는 이유는 솔직함과 남자다운 굳은 심지가 말로만 인(仁)을 말하고 공부하는 공자나 다른 제자의 모습보다도 인간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자로는 말로만 듣던 공자가 어떤 인물인지 궁금해 훼방을 놓으려고 찾아갔다가 공자에게 반해 평생을 함께하게 되었다. 무뢰한이었던 자로가 공자를 찾아왔을 때 공자는 자로에게 배움의 필요성에 대해 말했다. 말에는 채찍이, 활에는 활 도지개가 필요하듯 사람에게도 가르침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는데, 나는 자로가 평생 공자에게 그런 역할이었다고 생각한다. 자로는 공자가 더 큰 인물이 되도록 채찍질을 한 제자 아닌 제자였다고 하고 싶다. 자로는 공자의 후덕함에 반해 그 문하에 들어갔지만, 자로가 의지하는 것은 그 뿐. 공자의 어떠한 가르침도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스스럼없이 공자의 말에 반문을 하기도 했다. 이것은 모두 자로의 성격 탓이었는데, 만약 자로가 없었더라면 공자는 항상 자신의 가르침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는 제자들을 통해 자신을 계발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오만과 자만만이 길러졌을 지도 모른다. 공자는 처음에 이러한 자로의 성격을 고치려고 애를 썼지만 결국 포기했다고 한다. 그것은 그 나름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스승에게 반발하였다고 해서 자로가 제멋대로의 제자였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자로는 누구보다도 스승에게 충성을 다했고, 스승을 위해 목숨을 버릴 각오까지 되어있던 사람이었다. 자로는 공자를 욕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지 못하였다. 후에 공자는 자로가 들어오고 나서부터 나에 대한 비평을 듣지 못했다며 씁쓸히 웃었다고 한다. 공자는 자로의 성격을 탓해왔지만 알게 모르게 든든함을 느꼈던 것이다. 후에 공자는 자로의 업적들을 보고 칭찬하는데, 이 막무가내 제자가 영글어진 모습을 보며 무한한 행복과 감격을 느꼈을 것이다. 공자는 자로가 죽었을 때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고, 사체가 소금절임이 되었다는 말을 듣고 집안의 모든 젓갈류를 버리고 이후 식탁에 젓갈을 올리지도 않았다. 다른 제자들이 죽었을 때의 공자의 행동은 기술된 것조차 없다. 이렇게 세월을 같이 해온 그들은 사제의 관계를 하고 있었지만 심적으론 서로 의지를 하며 도를 키워갔던 것이다.


 나는 오늘 날 교육을 받고 있는 우리에게 ‘자로’라는 인물이 큰 가르침을 준다고 생각했다. 스승에 대한 존경이 없어 ‘교실붕괴’라는 말이 생길 정도인 요즘이다. 자로처럼 스승의 말에 반문하고 채찍질 할지언정 존경심을 갖은 채라면 그마저 사제의 정인 것을 우리는 가장 중요한 존경을 잊고 있다. 인간적인 모습으로 스승님을 대함에 존경을 함께 한다면 공자와 자로와 같이 아름다운 사제의 정을 키울 수 있을 것이고, 그런 교육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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