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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존재

너는물고기 2013. 7. 17. 09:50

  보통의 존재

나는 주로 남의 이야기를 읽는 것을 좋아한다.
소설보다도 비소설, 에세이를 즐기는 편이다.
다른게 아니라 타인의 생각을 듣기를 좋아하기 때문인데,
타인의 생각을 들으면서 공감하는 것은 물론 비판하는 것이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해두고 싶다.


타인의 생각에 대해 공감, 비판을 하다보면 흐릿했던 내 생각 역시 일정한 방향을 갖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곤한다.
(비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로는 소설의 비현실성 역시 한 몫을 한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보통에 존재' 를 읽다 굉장히 공감가는 비슷한 에세이를 발견했기 때문. 

공개일기 쓰는법 p.368~372

'세상은 자기만 알고 있어도 되는 사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굳이 공개적으로 쓸 때엔 관심을 보이지 않지만

생각을 드러내는 일에 대해서는 상당한 너그러움과 호기심을 갖고 대해준다.'

 

나의 경우는 너그러움을 갖고 대하기보다는 무조건 비판하고자 하긴하지만.
이런식으로 얼추 내가 해보았음직한 생각들이 툭툭 튀어나와 이 책을 심각하게 읽게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보통의 존재'는 그냥. 읽기 싫었던 책이었다.
왠지 연애홀릭의 바이블일 것 같다는 근거 모를 선입견이 있었고 무엇보다 많이 팔린책은 읽기 싫다는 베베 꼬인 생각때문이었다.
어쨌든 하릴없이 서점을 돌고있노라니 눈에 들어온 것이 보통의 존재였다. 샛노란 커버. 도대체 뭐길래?


 

작가는 한마디로 '유리멘탈' 이다. 다만 그걸 너무나 잘 알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상처받지 않으려고
단단한 갑옷을 만들어 입고다니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러한 본인에 대해 대단하리만치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작가의 젊은 시절 풋풋했던 사랑으로 시작해 이혼, 그리고 또다른 사랑 (연인을 비롯해 가족, 친구, 사물, 추억에 관한) 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감정들.
어쩐지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었고, 심한 애정결핍이나 추억증후군에 빠져있는건 아닌가 라는 시니컬한 시선을 던지게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작가의 솔직하고 간결한 문장에서 발가벗은 본인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 찡했다.

 


 

작가는 말한다.

"모든 것은 어느 날, 자신이 결코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섬뜩한 자각을 하게 된 어떤 사건으로부터 비롯되었다."

내가 결코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은 익히 뼈저리게 느꼈고,
누군가에게만은 특별한 존재이기도 하다는 것 역시 익히 느끼고 있었지만.
늘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라는 것은 생각해보자면, 떠올려보자면 아련한 아픔(?)이었고
고독하고 싶을 때면 억지로 그 아픔을 꺼내곤하는 그 정도의 지각.

그리고 이런 감정은 나뿐만 아니라 많은 현대인이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가슴 속 어딘가 깊숙한 곳에 숨겨놓은 그런 감정에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점에서 과찬하고 싶은 책.

간만에 찡하게 읽었다.

보통의 존재이면서도 보통의 존재가 아닌 우리 이야기.




보통의 존재

저자
이석원 지음
출판사
| 2009-11-04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서른여덟, 평범한 생의 아름다움을 탐색하는 이석원, 그가 전하는...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반전은. 유리멘탈에 열등감으로 쌓인 이 작가. 도대체 어떻게 생겼길래? 라며 검색해보니.
언니네이발관 '이석원'씨다. 인디씬의 미중년. 반전 아닌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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