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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춰선 그 곳, 사북탄광문화관광촌]



여름휴가로 정선을 가자고 결정하기까지 '탄광'이라는 단어는 한 번도 등장한 적 없었다.
정선을 선택한 이유는 조용-한 동네에 가서 레일바이크나 좀 타고,
시원-하게 태백산 자락을 거닌다거나 강원도 맛집을 탐방한다거나.
그 정도를 상상하면서 떠났다.

사북에 들어서는 입구에 오른편으로 다 무너져가는 아파트를 보기 전까지만해도
사북이라는 마을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의미와 애환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사북. 국내 문학에서 이상하리만치 자주 등장하던 마을.
그 탓에 사북이라는 곳에 한번 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나 나름의 사북을 머릿속에 그려두기도 했었다.

 인적은 없고 전당포들만이 불을 밝히고 있는 거리.
을씨년스럽기로는 내 머릿속에 있는 사북과 별반 다를바 없었다.
 

강원랜드로 올라가는 언덕 왼편에 위치한 탄광. 동원탄좌 사북광업소라고 한다.


폐광 후, 지금은 사북탄광문화관광촌으로 활용이 되고 있다.
사북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예전 탄광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하고 있었다.



당시의 건물들을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것은 물론
내부에 캐비넷부터 캐비넷 내의 개인물품들까지 그대로 전시가 되어있어
당시의 느낌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었다.


삐그덕거리는 철제 캐비넷 내에 닳을대로 닳은 노란색 안전모.
누군가가 매일 가족들을 생각하며 썼을 안전모이다.


당시의 샤워장은 그대로 오픈해두되, 탄광촌에서 찍었던 사진들을 전시해두고 있었다.
흑백사진일뿐인데 흑과백으로 표현된 모습이 괜시리 서글프게 느껴졌다.


전시관 바깥으로 나오면 갱도체험열차를 탈 수 있다. (무료로 운영되고 있었다)
녹이 슨 채로 그대로 그 자리에 서있는 버스와 창고.
새파란 잔디가 얄미울 정도로 어울리지 않는다.



'아빠 오늘도 무사히!' 라는 문구가 쓰여져있는 갱도 입구.
갱도 내부는 깜깜하다. 그리고 춥다. 어쩐지 애환이 서려있는 것 같아 즐거운 마음으로 관람하지는 못했지만.


이것 참 의미있다.
탄광 시대를 경험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어렴풋이나마 그 애환을 느껴보고
다시금 기억해낼 수 있도록 하는.

괜시리 심각해진 여름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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