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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스물여섯

너는물고기 2014. 7. 4. 08:53

나의 스물여섯

스물여덟의 비오는 여름 밤에 해보는 나의 스물여섯 되돌아보기.


연말 혹은 연초가 되면 늘 '지난 해를 한번 돌아보는 시간을 갖자' 라는 생각을 한다.

한번 리뷰하며 나의 실수가 무엇이었는지, 내가 빛나던 순간이 언제였는지를 생각해보고

그 마음으로 다가오는 해를 건실하게 맞이해보고 싶은데,

바쁘다는 핑계로 진지하게 시간을 만든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러다 한참 시간이 흘러 센치해진 어느 날,

일기장 혹은 스마트폰을 뒤적이다 발견하는 이미지를 통해 그 때를 회상하고

또 그렇게 우연찮게 지난 날을 리뷰해보는 시간이 오기도 한다. 그게 바로 오늘.



스물여섯, 사랑스런 날들. 

그 때 나는 그 때의 일상을 저렇게 표현했었다.

그 때의 나는 내 하루를 '사랑스럽다' 고 표현했고 최근의 나는 내 하루를 '지옥같다'고 표현하고 있다. 


2년 사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미있는 것은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인생에 굴곡이 생길만한 큰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큰 사고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여전히 같은 직장에 다니고 있고 여전히 같은 친구들을 만나고 있고 여전히 같은 가족 구성원에 여전히 같은 남자친구를 만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라는 사람의 사고방식이 부정, 부정, 부정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은 참 재미(?)있다.

 

아마 그 때의 내가 추구하던 가치와 지금의 내가 추구하는 가치가 상당히 다른가보다.

잘은 보이지 않지만 위의 이미지 속에서 나는 그렇게 말하고 있다.


일이 많기는 하지만 나를 인정해주는 직장이 있고,

크게 여유롭지는 않지만 친구들과 맥주 한잔하며 수다를 떨 수 있는 시간은 만들 수 있고,

주말에는 한강변에서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 방 구석에서 기타를 치기도 하는 등 취미 정도는 가지고 있고,

가족, 동료, 연인, 친구 모두가 나를 신뢰하는 덕분에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잔뜩 받는다.


스물 여섯의 나는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받는 것, 그리고 이것저것 취미생활을 하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러한 잣대로 보자면 충분히 사랑스러운 날들. 이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스물 여덟의 나는 아직 잘은 모르겠지만 (언제가 리뷰를 하게 되는 날 정의할 수도 있겠지만)

타인에게서 나의 가치를 찾기보다는 스스로의 자아 실현에서 가치를 찾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여전히 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인정받는 좋은 직장' 이라는 생각은 사라진지 오래고

'내 성격에 맞지 않는 직장' 이라는 표현을 먼저 떠올리는 것을 보면 주체가 내가 된 것이 분명하다.

여전히 일이 끝난 후 '맥주한잔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 는 있지만

그 때의 나는 그 시간을 충분히 즐겼지만 지금의 나는 '맥주한잔 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 가 사라졌다.


그러고보니 스물여섯의 나는 참 반짝였나보다.


글을 쓰는 지금 카페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인 Ebglishman in Newyork 이 흘러나온다.

스물여섯의 나였다면 '마침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까지 흘러나오네!' 라며 소박하게 감동하고 있었으리라.


2014.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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