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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롭던 체스키 크롬로프에서의 하루


살면서 그렇게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날이 또 올까?

라는 감탄으로 체스키에서의 시간을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있던 날로 기억된다.

(물론 그렇게 여유로운 시간은 몇 번이고 또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인턴 활동을 하다가 졸업도 하기 전에 취직을 하게 되는 행운이 따랐다.

그러한 행운에도 불구하고 이 이기적인 인간은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쉼없이 달려왔다는 것에 대해 상당히 지쳐있는 상태였다.

그러던 중에 훌쩍 떠나온 여행. 여유 이 외에 다른 것에 대한 갈증은 생길 수 조차 없었던 것이다.



체스키 크롬로프. 그 작은 마을은 여행 전부터 내가 프라하보다도 기대하던 곳이다.

여행 넷째날 짤츠부르크에서 체스키로 가는 벤을 예약했으나 미스 커뮤니케이션으로 벤을 놓히는 바람에 체스키로 가지 못하고

예정에 없던 기차를 타고 프라하에 들어갈 때 까지만해도 그 작은 마을을 볼 수 없다는 것에 굉장히 낙심했지만.

프라하에서 버스를 타고 당일치기로 체스키에 갈 수 있게 되었다. 역시 여행은 예정에 없던 일이 더욱 매력적인 법이다.


프라하에서 버스를 타고 세시간. 체스키 크롬로프에 도착했다.

부대낄 사람도 없고 길을 헤맬 이유도 없고, 크게 감탄하지 않아도 되고 크게 감상하지 않아도 될.

그런 마을을 기대했고 체스키는 딱. 그 기대에 응해주는 마을이었다.

 


마을 입구에 있는 성당에 들러 묵상을 했고, 마을을 에워싸고 있는 냇가를 만나면 발을 담그고 멍 때리고 앉아있었고,

배가 고파져 냇가 옆 테라스에 앉아 음식과 맥주를 시키고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냇가에서 카누를 하거나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까르르 웃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이 한가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옷을 적시고 갈아입고 하느라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

 


냇가 옆 테라스에서 먹었던 음식은 내가 여행 중 먹었던 음식 중 가장 맛있었는데, 아쉽게도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비프와 빵을 소스에 곁들여 먹는 음식이었는데 레몬향이 나는 소스와 생크림이 함께 나왔다)

 

천천히 체스키 크롬로프의 성에도 올라가보았다.

성으로 올라가던 중 내려다보이는 마을은 정말이지 동화 속 마을 같았다.



지금보니 이질감이 드는 풍경임에도 불구하고 그 날의 나는 이 풍경 속에 내가 서있다는 것이 마냥 즐거웠다.

머리가 하얀 외국인 노부부가 혼자 감탄하는 나를 보고 안타까웠는지 사진을 찍어주시겠다는 통에 기념사진도 한장 생겼다.



대칭을 중시하던 문화 때문에 실제 창문 옆에 대칭을 이루는 창을 그려넣었다는 체스키 크롬로프성.

그런거 어때도 상관없었지만 (이라고 하면서도) 외국인 투어에 슬쩍 끼어 체스키 크롬로프성을 한바퀴 돌았다.



그 여유로운 시간도 벌써 삼년전 이야기이다.

돌아와서 나는 더욱더 치열한 사회인으로써의 역할을 다하고 있고,

가끔씩 그 여유롭던 시간들을 떠올리며 또다른 휴식을 계획하곤 한다.

더욱 열심히 더욱 쉼없이 달려온만큼 그 날보다 더 여유롭다고 느낄 날이 올 것이라는 믿음 덕분에 웃음이 난다.



(빼어난 수준의 기타는 아니었지만 마을의 분위기와 너무 잘어울리던 남자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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