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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로셀로나 10박 12일] 바르셀로나 재즈바 Jamboree 에 가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지 한 달이 되었다.

오늘은. 지금도 떠올리면 심장이 쿵쾅거리는 에피소드.


이미 나는 바르셀로나에 잔뜩 매료되어 있었고, 조금 더 인상적인 경험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재즈바. 재즈바를 검색해보니 레이알광장 내에 Jamboree 라는 오래된 재즈바가 있었다.

(플라멩고 공연을 하는 Tarantos 바로 옆집!)



오늘 공연은 Sumrrá 라는 재즈트리오.


티켓팅을 하는 언니가 우리를 보더니 '플라멩고는 옆집이란다' 라는 눈빛으로 의아하게 쳐다본다.

'Jazz 공연 보러 온 것 맞아요?' 라고 물어본다. 네 맞습니다.

'Sumrrá 를 알아요?' 라고 물어본다. 모르지만 Jazz 를 듣고 싶어서 왔습니다.

플라멩고가 아닌 Jazz 를 들으러 온 것이 그렇게 신기할 일은 아닌데,

너무 반가워하는 티켓팅 언니를 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공연은 22시부터 한시간 정도 진행된다. 입장료 12유로에 1 Free Drink.




지하 소극장 같은 느낌의 Jazzbar 넓지 않은 공간이었고,

동굴같은 느낌이 딱! 심취하기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심취하기에 좋았다)



공연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 Free Drink 티켓으로 1906 맥주를 한병씩 교환했다.

처음 맛보는 1906. 쌉쌀하고 찐한 맛이다.



Sumrrá 는 트리오였다. 피아노, 콘트라베이스, 드럼의 조합.

한국에서도 딱히 재즈바에 가본 적이 없는지라 어떤 분위기 일지도 궁금했고,

과연 내가 졸지 않고 잘 들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는데 공연이 시작되는 순간. 그대로 빨려들어갔다.



가장 인기가 있었던 건. 드럼. 코믹한 표정으로 일단 아이캐치를 하시고

정말 열정적으로 연주하셔서 다들 웃느라 박수치느라 정신이 없었다.

무엇보다 이 멤버는 드럼 외에 다양한 소품들을 활용해서 효과음을 만들어내는데

정말 우스울 수 있는 소품들로도 너무 멋진 공연을 주도한는 점에서 '멋있다' 를 몇번이나 연발하게 하였다.

(예를들면 드럼에 생쌀 한 줌을 뿌려두고 드럼을 쳐서 그 진동이 함께 들리도록 한다던가)



내 마음이 동요했던 건. 콘트라베이스.

그 낮은 음. (그저 낮은 음이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너무 아쉽다)

정말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어떤 감정' 을 불러내는 듯한 낮은 음. 

굳이나 표현하자면 마치 바다 깊은 곳을 헤엄치고 있는 듯한 기분이 가장 적합할 것도 같다.

슬픔이라고 하기도 모호하고 미소라고 하기도 모호한 애절한 표정으로 연주를 하던 콘트라베이스.

내 가슴이 울릴 때마다 그의 표정도 애절하기 이를데 없어 어쩐지 '나 잘 듣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피아노의 슬픈 곡조와 콘트라베이스의 낮은 음, 그리고 파워풀한 드럼이 묘하게 잘 어울리는 공연이었다.

올해 계속 우울, 우울, 우울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누군가 괜찮다고 위로해주는 것 같은 음악이었다고 하면 너무 오바스러울까.

하지만 진정 그랬다.

 

타국에서 전혀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음악을 들으며 마음이 동요한다는 데에 한번 놀라고

그 음악에 흠뻑 빠져 지금까지도 헤매고 있다는 것에 또 한번 놀란다.


여유가 되면 한국에서도 꼭 재즈바에 가보리라.



> Barcelona Jamboree Jazz club 

Plaça Reial, 1708002 Barcelona

http://www.masimas.com/jamboree


> 재즈트리오 Sumrrá 들어보기

http://sumrra.bandca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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