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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4박5일여행] 핑시선 투어, 그리고 지우펀의 밤

 

여행을 다니면서 무언가를 잃어버린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그런데 대만에서 한방 크게 잃어버리고 왔다. 기차에 디카를 두고 내린 것.

혼자 다닐때는 짐이 없기도 없었지만 혼자라는 생각에 살뜰히 챙긴 덕에 잃어버리지 않았을 터.

동생과 함께 다니니 서로가 '서로 챙겼겠지'라고 생각한 탓에 대만 삼일차까지의 사진을 모두 잃어버렸다.

특히나 핑시선에서 들렀던 루이팡, 스펀, 징통의 예쁜 풍경들과 지우펀의 밤을 담은 사진 이 사라진게 너무 아깝지만.

다행히(?) 우리에겐 스마트폰이 있었다. 화질은 무지하게 떨어지지만 그걸로 아주 조금 아주 조-금 위안을 삼았다.

 

우리는 택시투어가 아닌 기차로 핑시선 투어를 하기로 했다.

타이베이 메인스테이션에서 출발하여 한시간 반정도를 달려 루이팡역에 도착.

루이팡에서 핑시선 투어 티켓을 구입하고 첫번째로 '스펀'에 내렸다.

 

스펀 (十分)

 

작은 철로를 두고 양옆에 라오지에를 걸을 수 있는 스펀.

이렇게 좁은 틈으로 기차가 다닌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아기자기 너무 예뻤다.

 

 

스펀에서는 천등을 날리는 것으로 유명한데, 우리도 천등을 날려보기로 했다.

천등을 날려주는 가게의 청년들이 한국말로 호객을 하는데, 한국말도 한국말이지만

사진을 너무너무너무 예쁘게 찍어줬었다. 정말 인생사진들을 많이 건졌는데... 그대로 디카 안녕 :-)

 

 

그나마 건진 사진 하나. 동생이 어정쩡하게 나온 나를 놀릴 심산으로 카톡으로 보내놓았던 사진.

하하 이 위치에서 사진은 열장은 찍었던 것 같은데 마침 이사진이라니 ;_;

다음 열차가 오기 전까지 1시간 이상 시간이 있어서 사진 뒤에 보이는 十分小館 이라는 곳에서

우육면과 소룡포를 먹었는데, 저렴하고 맛있었다! (소룡포만....우육면 레벨까지는 가지 못했다)

 

징통 (菁桐)

 

스펀 다음으로 들른 곳은 징통. 핑시선의 가장 마지막역이다.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에서 대학생이 된 커징텅과 션자이가 만나 데이트를 하던 곳. 

스펀보다 더- 작고 더- 산 속에 위치한 마을이다.

징통의 한자가 너무 예쁘고, 이 마을과도 너무 잘어울리는 느낌이다.

菁 부추꽃 청, 桐 오동나무 동

 

징통에서는 특별히 할 일이 없다. 할 수 있는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과 대나무에 소원을 적는 일 정도.

기찻길 안쪽으로 내려가면 숲 속에 이렇게 빨간 다리가 보인다.

칭런차오 (情人橋) 라는 다리. 다리 이름도 참 예쁘다.

 

 

다리에는 이렇게 소원을 적어 걸어놓은 대나무통들이 있는데,

간간히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통통' 소리가 울리는데 그게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었다.

(평소 잘 사용하지 않는 아름답다는 단어를 갖다 붙일 수 있을 정도)

그 소리를 꼭 담아오고 싶어서 동영상을 찍어왔는데 들릴런지 모르겠다.

 

 

아무도 없는 다리 한가운데에 서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대나무 소리를 듣고있자니

어쩐지 모노노케히메 생각이 나기도하고 마음이 푹- 놓였다.

 

 

지우펀 (九份)

고양이 마을 허우통에도 들르고 싶었는데,

밤이 오기 전에 지우펀에 도착하고 싶어서 허우통을 패스하고 다시 루이팡으로 와서

버스를 타고 지우펀으로 이동했다. 루이팡에서 지우펀은 버스로 30분정도라고 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가까웠다.

 

다행히 어두워지기 전에 도착해서 바다도 내려다보고

땅콩아이스크림도 사먹으면서 천천히 지산지에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점점 날이 어두워지자

홍등에 불이 켜지기 시작했고,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졌다. 동네 안무너지나 싶을 정도로.

 

 

사진으로 워낙 많이 본 홍등인지라 감흥이 있을까 싶었는데-

예쁘다. 예뻐도 너무 예쁘다.

 

 

그리고 많다.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다.

 

 

그리고 지산지에의 하이라이트.

유바바의 온천장을 그릴 때 모티브로 삼았다는 아매차루 앞에 가니 관광객밀도는 최고조.

아매차루에서 차를 마실까싶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포기하고, 길을 따라 내려왔다.

 

 

내려오다가 저녁을 먹으러 오른편에 있는 시야오상하이 (小上海) 라는 가게에 들어갔다.

비정성시의 촬영장인듯 간판에 페이칭청스(悲情城市) 라고도 함께 쓰여져있었다.

 

 

날씨가 좋아 야외테라스에 앉아 대만맥주도 한병 시키고 야끼메시와 야끼교자를 주문했다.

일본이 관광객이 엄청 많은지 메뉴가 일본식이었고

일하시는 분도 너무 당연스럽게 우리에게 일본어로 자리 안내를 하고, 메뉴 안내를 해주셨다. 오잉?

 

 

밥을 먹으며 내려다 본 아래의 풍경. 일본인 투어가 여기서 모이기로 했는지

깃발을 든 가이드가 사람들을 모으고 있었다.

한국인들은 주로 친구들과 여행을 하는듯햇는데 일본인들은 젊은 사람도 투어로 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저녁 9시쯤 식당에서 나와 지산지에 반대편의 길을 걸으니 캄캄하고 귀신 나올 것 처럼 무서웠다.

 

진과스 (金瓜石)

 

그리고 이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던 진과스에서의 밤.

보통 지우펀까지 구경을 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을텐데- 괜히 특별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며

진과스 안쪽에 있는 치탕 라오지에 (祈堂老街) 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했다.

요약하자면 우리는 이 날 깜깜한 밤에 진과스 황금박물관 뒷쪽 산을 세시간여나 헤맸으며,

숙소 도착 후에도 호스트와 연락이 잘 되지 않아 가로등도 없는 옛 거리에서 한 시간여를 숨죽여있어야했다.

 

황금박물관 다음 정류장에서 내렸어야하는데, 버스 승객이셨던 할아버지가 아무래도 그 동네까지

관광객이 갈 일은 없다고 생각하셨는지 여기서 내리는게 맞다며 도와주신 것이 시발점이 되어 평생 잊지못할 경험을 했다.

 그 때, 찍은 맞은 편 산의 모습. 다음 날 아침에 나오면서 보니 저 멀리 등불은  가로등이 아니라 묘지에 켜진 등이었다.

 

 

정말 특이한 밤이었던지라 키탕이라는 동네도 너무 추천하고 싶은데,

사진이 남아있지 않아 아쉽다.

구글 사진으로나마 아쉬움을 대신한다. 사진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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