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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향성과 내향성에 대한 고찰, '혼자 있고 싶은데 외로운 건 싫어'


얼마 전 아빠를 서울에서 만났다.

헤어지기 전에 명동성당 파밀리아채플에 있는 서점에 들렀다.

아빠가 책을 한 권 사주고 싶다는 말에 냉큼 책을 골랐다.

서른이 훌쩍 넘은 딸이지만 아빠가 주는 선물은 여전히 기쁘다.


이 책 역시 속았다. 제목에 속았다.

혼자 있고 싶은데 외로운 건 싫다니- 외로운 누군가를 위로하는 책이려니 했다.

아닌게 아니라 제목부터 '혼자 있고 싶은데 외로운 건 싫어' 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라는 베스트셀러의 오마주 같지 않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요즘 서가를 가득 메운 위로나 격려를 담은 책과는 거리가 멀었다.

(작자가 한국인이 아닌 미국인 '피터 홀린스' 라는 점을 간과했다)

이 책은 분석적, 학술적이었다.

 

미국의 심리학자 피터 홀린스가 내향성, 외향성, 그리고 그 중간인 다향성을 두고

각각의 성향을 지닌 사람의 장점과 단점을 설명하면서

그런 사람을 어떻게 대하면 좋은지 약간의 팁을 제시하고 있었다.


나는 어른(?)이 되기 전까지는 굉장히 외향적으로 비춰지는 사람이었다.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했고 웃고 떠드는걸 좋아했었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면서  내 스스로가 어떤 상황을 편해하고, 어떤 상황을 어려워하는지가 점점 명확해졌다.

의외로 나는 내향적인 사람이었다. 그리고 너무 과도하게 외향적인 사람인 척을 하다보니 계속해서 지쳐가고 있었다.

(그 결과 이렇게 1년 간의 갭이어를 갖게 되었고)

그런 흐름이 당연한 것이라고 분석적으로 보여주는 책이었던 것이다.

마음에 큰 울림, 감동은 없었지만 '정말로 그렇다' 를 되뇌이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명확하게 그릴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굉장히 진부하고 우리 모두 알고 있는 점.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점. 

우리는 모두 기본적으로 바꿀 수 없는 고유한 본성을 가지고 태어난 존재라는 것.


이런 결말을 보려고 며칠간 이 책을 읽었나, 0.1초 정도 회의감이 들었으나,

아니다. 책을 읽는 동안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을 떠올리면서

그래. 그 사람은 그래서 그렇게 행동했구나.

그래. 그 사람에게는 그런 상황에 그렇게 대하지 말았어야했구나.

그간의 오해, 또는 내 스스로의 경솔한 행동에 대해 반추하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

요즘 여러모로 그동안 '난 이런거 안 읽어' 라며

오만하게 굴었던 장르의 책을 읽게 된다. 그리고 잘못된 생각이었다는 점에 부끄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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