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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A8B

정신분석학으로 영화읽기 'GO'

너는물고기 2008. 12. 8. 19:26
 

GO  


 

 

스기하라는 태생이 꽤나 복잡한 고등학생이다. 초등학교 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젊은 시절 열혈 마르크스 주의자로 조총련 활동을 한 아버지 덕분에  조총련계 초, 중학교를 졸업했다. 그러나 하와이를 가겠다는 아버지의 엉  뚱한  발상으로 온 가족이 한국 국적으로 옮긴 후 스기하라는  나름의 뜻을 품고 일본계 고등학교로 진학한다. 프로복서   출신 아버지 덕분에 어린 시  절부터 익힌 권투로 단련된  날렵한 몸은 학년을 올라가며 겪는 통과의례.  싸움박질에 말려들어 그를 학교 유명인사로 만들어준다. 일본의 보통 고등학생처럼 생활하던 스기하라는 어느 날 친구의  생일파티에서 일본 여학생  을 만나면서 새로운 생활의 기쁨을 맛보게 된다.


이 영화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로 8번이나 봤다. 내가 이 영화를 맘에 들어하는 이유는 주인공의 자유를 갈망하는 모습이 너무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스기하라’는 굉장히 독특한 캐릭터이다. 친구들 사이에서 ‘또라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특이한 사고방식과 거침없는 행동을 일삼는다. 스기하라는 재일교포2세이다. 그리고 그러한 이유로 사회에서 소외감을 느낀다. 하지만 일본계 고등학교로 진학하고 여자친구를 사귀게 되는데, 여자친구와 재일교포라는 이유로 관계를 맺지 못한다. 여기서 재일교포의 설움을 느낄 수 있다.




#1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본 장면 중 하나는 스기하라가 조선인 학교를 다닐 때 다같이 줄을 맞춰 구보를 하는데 운동장을 원을 그리며 돌아야하는데 커브를 돌아야하는 지점에서 혼자 직선으로 걷는 모습이다. 이 영화에서 스기하라는 내내 이러한 캐릭터이다.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고 자유를 갈망한다.


#2 그리고 스기하라가 전철 길에 서 있다가 전차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철길을 따라 달려서 다음 역까지 뛰어가는 장면이 있다. 이것은 학교의 불량한 선배가 시키는 것인데 자기가 성공했다며 그 것을 성공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는 말에 스기하라가 도전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 장면을 자신의 위험함을 무릅쓰면서까지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스기하라의 모습, 젊은 세대의 갈망을 나타내는 장치라고 생각했다.

 

 

#3 이 장면은 스기하라가 셰익스피어 전집을 읽다가

 ‘이름이란 뭐지? 장미라 부르는 꽃을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아름다운 그 향기는 변함이 없는 것을.’
이라
 는 부분을 읽다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다. 이 부분에서 스기하라는 재일교포로 살아가면서 일본인들에

 게 무시당하고 억압받아오며 살았던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린 것 같다.


 #4 그리고 스기하라가 사귄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던 어느날, 여자친구는 무작정 신발을 벗고 흰색만

 밟으며 가겠다고 맨발로 하얀색 보도블럭, 하얀색 선  을 따라 걷는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곳은 그녀의 집이다. 그 장면에서 나는 남의 시선 따위는 생각하지 않은 채 자유롭게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젊음의 자유에 대해 생각했다. 우리는 젊음이라는 이름이로 자유를 누리면서도 남에 눈에 이상하게 보이진 않을까 고민하는 것이 태반이다. 하지만 그런 것에 구속받지 않는 그녀의 모습이 당돌하고 부럽게 느껴졌다.


이 영화는 어른들에게는 일본의 일개 불량학생의 불량경험과 연애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주인공과 같은 세대의 나에게는 스기하라의 행동이 단지 불량한 학생이기보다 자유를 꿈꾸는 한 인간의 모습으로 느껴졌다. 재일교포로 사는 것의 서러움과 떳떳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그 어떤 것에도 구속받기를 원치 않는 젊은이들의 갈망을 담아내고 있는 영화라고 느껴진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나같은 세대들은 스기하라와 여자친구의 거침없는 모습에 어느 정도 동경을 느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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