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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福岡) 공항에 도착했다.
국제선 공항에서 국내선 공항까지 셔틀버스를 타고 나가야했다.
후쿠오카 (福岡) 공항은 도시의 규모에 비해 상당히 작고 소박한 공항이었다.
흡사 마츠야마 (松山) 공항의 느낌이 났다. 

셔틀을 타고 국내선으로 이동했다. 국내선 공항 바로 앞에 있는 자동차 렌탈샵에 가야했다.
아무런 예정도 없었던 여행, 아빠가 전날 차로 다니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는 포스팅을 보고
급하게 예약을 하였다.

* 큐슈(九州) 자동차 여행 추천 포스팅
http://dusl1984.blog.me/60122049834

* 일본 렌트카 사이트
http://jtravel.co.kr/ (제이트래블 - 한국어)
http://travel.rakuten.co.jp/cars/ (라쿠텐 렌트카 - 일본어)
http://rent.toyota.co.jp/top.asp (토요타 렌트카 - 일본어) 



렌탈 가격은 4일에 23,800엔 4인가족이 여행한 것에 비하면 상당히 저렴한 편이었지만
아빠의 운전실력을 아는 가족들에게는 영 탐탁치 않은 선택이었다.

하얀색 귀여운 차 (Toyota Ractis) 를 빌려 출발!


(보기에는 작고 귀여웠지만 안쪽은 생각보다 넓어서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첫번째 목적지는 나가사키의 히라도(平戸) 라는 곳이었다.
고속도로와 해안도로 두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말에, 해안도로를 선택. 
세시간 이상이 걸리는 곳이지만 히라도를 보겠다는 아빠의 일념하에 출발했다.

후쿠오카 시내를 벗어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 었다.
도시이다 보니 차들도 많았고, 무엇보다 우측 운전석에 적응하지 못한 상태여서
중앙선을 넘어가기도 하고 여러모로 어려운 점이 있었다.
하지만 아빠를 응원해주며 후쿠오카를 겨우 벗어났다. (운전석에 탄 나는 가히 죽을 맛이었다)




시내를 벗어나니 조금 한적한 도로가 나왔고 계속해서 해안가 마을을 달리게 되었다.
해안가도로는 구불구불하고 도로폭이 좁아 운전하기에 까다롭기는 했지만 길이 막히는 일은 절대 없었다.
버스를 탔으면 못해보았을 경험이었다.




히라도(平戸)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세네시쯤 되었다. 
네비게이션이 처음으로 목적지도착 알림을 울렸다.


- 히라도 교회 (성 프란치스코 자비에르 성당)
첫번째 목적지는 히라도에 있는 히라도교회 (성프란치스코 자비에르 성당) 였다.
일본의 한 시골마을에 있는 교회라고 하기에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감이 있었다.
이 교회는 1931년에 지어진 교회로 현재는 자비에르 기념 성당이라고 불리고 있다.
성 프란치스코 자비에르는 1550년에 처음으로 일본에 기독교를 전파한 신부라고 한다.


날씨가 별로 좋지 않은 편이었는데, 하늘색과 푸른빛의 성당이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교회 내부로 들어가 볼 수가 없어 아래쪽에 있는 성물가게의 할머니께 여쭈어보니, 할머니도 잘 모르는듯 하셨다.
옆에 있던 일본이 부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오후 3시 이후에는 내부로 들어가는 것이 어렵다고 하였다.
우리의 여행의 첫 목적지인데 ㅜ.ㅠ 3시 이후로는 들어갈 수 없다니....


(성물 가게는 큼지막한 간판대신 '주의평화' 라는 문구를 걸어두고 있었다)

히라도교회는 '사원과 교회가 보이는 길' 이라는 이름으로 관광서적에 소개되고 있었다.
교회 주변에 사원들이 있어, 동양과 서양이 공존하는 묘한 느낌을 주고 있었고,
동서양 종교의 공존은 히라도의 상징적인 경관이라고도 한다.
 


성당 뒤쪽으로 돌아가보니 길게 언덕아래쪽으로 계단이 펼쳐져 있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갔더니, 책에서 본 경관이 눈 앞에 펼쳐졌다.

 

사원과 묘비들. 그리고 그 뒤로 보이는 히라도 교회. 어색한 느낌이 들지만 묘하게 어울어져있는 듯도 하다.
하긴 나야 처음보는 광경이지만 이미 80여년을 공존해온 사원과 교회이다.
두 종교 사이에 갈등은 없었는지 여부가 궁금하다. 물론 있었겠지만 어떻게 이렇게 공존하게 되었는지.

어두워지기 전에 히라도에서 조금 더 들어가는 이키츠키(生月)섬에 가야한다.
히라도까지 왔으니 이키츠키에도 가봐야 인지상정이었다.


 - 카쿠레 키리스탄의 마을, 이키츠키

이키츠키는 카쿠레 키리스탄의 마을이다.
옛날 종교박해 때 이 섬으로 숨어들어 남몰래 신앙을 이어오던 사람들이 살고있는 곳이다.
지금도 주말이면 교회에 나가는 오픈된 신앙이 아닌, 숨어서 신앙을 지켜오는 카쿠레 키리스탄들이 존재한다고 한다. 

기분탓이었을까. 이키츠키는 상당히 고요한 마을이었다.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었을 뿐더러 지나다니는 차들도 별로 없었다.
물론 그만큼 작은 마을이기 때문이었겠지만, 괜히 적막한 느낌을 자아냈다.

네비게이션의 두번째 목적지 알림. 이키츠키의 야마다(山田)교회였다.



야마다 교회는 꼬불꼬불 산 속에 있었다. 이 마을의 대부분이 신자라고 한다.
뭔가 거룩한 느낌이 들 거라고 생갔했지만, 그냥 적막할 뿐이었다.
성당내부에는 나비날개로 만든 모자이크가 있다고 했는데, 들어가 볼 수는 없었다.

야마다교회에서 나와 근처에 있다는 가스파르사마(이키츠키 최초의 순교자) 묘를 찾아가기로 했다.
하지만 지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인터넷도 안되는 이키츠키에서 가스파르사마의 묘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작은 마을이라지만 물어볼 사람도 없고, 그저 차로 빙빙돌다가 포기하고 섬을 나가려할 때쯤
해안가에서 '가스파르 사마' 라는 표지판을 발견했다.
차를 세우고 걸어 들어가니, 공동묘지가 눈에 들어온다. 불단들이 늘어서 있고 그 뒤로 바다가 보인다.
그리고 바다앞에 십자가가 보였다. 제대로 찾아왔나보다.


그런데 적혀있는 내용들을 보자니, 순교비라고 한다. 이 마을의 순교자들을 기리는 비라고한다.
가스파르사마의 묘는 어디있는 것일까. 이상해서 뒤로 돌아가보니,
한쪽 구석에 사적 가스파르 사마 라고 쓰여진 묘비와 돌무덤이 보였다.

 


코 끝이 찡했다. 일본 천주교 역사에 있어 빠질 수 없는 이키츠키 마을. 그리고 그 곳의 첫 순교자 가스파르 사마의 묘.
간소하다 못해 초라하기까지한 모습에 숙연해졌다. 누군가는 꽃을 가져다놓았다.


가스파르 사마 묘에서 나오니 이미 해가 지고 있었다. 
이키츠키 섬을 지나 히라도로 가야하고 히라도를 지나 나가사키로 가야한다.
내일 나가사키 순례를 위해서는 150여 km 떨어진 나가사키로 가야하는데,
운전도 미숙한 우리 가족. 과연 오늘 중으로 나가사키에 도착할 수나 있을까.


도착 못하면 뭐 어떠한가.
바람을 피할 차가 있고, 오랫만에 네 가족이 함께 모였으니 길에서 밤을 지새도 재미있는 추억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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