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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길다. 나가사키 시내투어를 마치고 다시 숙소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숙소 아래에 있는 카페에서 몸을 녹이고 차를 타고 카미노시마에 가기로 했다.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두잔 시켰다. 커피 세잔이 나왔다. 아주머니께 세잔이 나왔다고 돈을 더 내겠다고하자,
인자한 웃음을 지시며 하나 더 주고싶었노라고 하신다.
흔치 않은 한국인이 신기하셨는지 가게 안쪽에서는 한국어를 연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 신들의 섬, 카미노시마 (神の島)



카미노시마는 그 문자그대로 '신의 섬'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작은 섬으로, 나가사키 시내에서 1시간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우리가 카미노시마를 찾은 이유는 카미노시마에 있는 카미노시마 성당과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성모님상을 보기위해서 였다.

카미노시마는 정말로 작은섬이었다. 우리나라에 있는 무의도 (인천 옆에 있는 작은 섬) 같은 느낌이랄까?
그 섬 가장 안쪽에 카미노시마 성당이 위치해있었다.



'아름다운 침묵' 책에서 본 카미노시마성당의 사진은 정말 아름다웠다.
마치 그리스 산토리니에 있는 것처럼 파란하늘아래 절벽, 그리고 그 위에 지어진 하얀 성당이 너무 예뻤다.
그런데 우리가 카미노시마를 찾은 날의 하늘은 아쉽게도 파란하늘이 아니었고, 성당은 아름답다는 느낌보다는
어딘지 모르게 음침한 느낌이 들고 있었다. 게다가 엄청난 절벽 위에 있어서 올라가는것조차 겁이 났다.



계단을 올라서니 그 높이는 더 높게 느껴졌다. 아래에는 집 옆채가 있었고 바로 바다와 인접해있었다.
바다를 바라보고 서있는 성모님이 눈에 들어왔다.



성당문이 열려져있어 들어가보았다. 작고 소박한 모습이었다. 
지어졌을 당시의 모습 그대로인지, 발을 뗼데마다 마루에서는 삐그덕삐그덕 소리가 들렸다.
성당에 들어가자마자 눈에 들어온 조개껍데기. 성수를 담아놓은 성수합이다. 바다에 인접한 성당의 느낌답게.
그리고 가난하고 소박느낌을 그대로 전해주는 모습이었다.



성당안에서 짧은 기도를 드렸다. 물론 우리가족의 평화를 비는 기도.
그리고 나가려고 보니 '방명록'이 놓여져있었다. 한글자 적어야지 싶어 방명록을 열어보니, 마지막 방명록이 1/21일이다. 
한달 전 손님이 마지막이었던걸까? 고독한 역사만큼이나 고독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당에서 내려와 성모상 쪽으로 갔다.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 카미노시마의 신자들이 앞바다의 무역과 바다의 평안을 빌며 세웠다고 한다.




성모상쪽으로 올라가는데 토리이와 에비스를 만났다.
일본 신사의 상징인 토리이와 일본 토속신앙인 에비스라니! 참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다.
쉽게말해 교회 안에 절이 있다. 라는 개념과 비슷하다. 나가사키는 일본의 다른 지역과 같지 않게 
다양한 종교들이 공존하고 있어 이렇게 다종교가 한곳에 어울어져 있는 것이 전혀 이상할 것이 아니라고 한다.



- 일본3대 야경 중 하나, 나가사키 이나사야마 (稲佐山) 야경

카미노시마에서 나와 숙소로 돌아가던 중 교통 표지판에 '이나사야마' 가 적혀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나사야마라면, 일본3대 야경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지난 번 나가사키 여행때에는 교통편이 맞지 않아 이나사야마 야경을 보지 못하고 돌아왔었는데,
딱히 바쁠일도 없고- 마음대로 운전하고 갈 수도 있으니 이나사야마의 야경을 보자! 며 꼬불꼬불 산길을 올라갔다.

조금 이른 시간이라 하늘이 많이 깜깜하지는 않았으나, 하나 둘 켜지기 시작하는 조명들.
멀리 나가사키 역도 보이고, 시가지도 한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보니 제작년 여름에는 가족들과 롯코산 야경을 보러갔었다. 일본의 3대 야경 중 두군데를 함께 보러 왔구나!
다음 번엔 핫코다테 야경도 함께 볼 수 있기를 바래본다.


- 심야식당에 나올 것 같은 소박한 동네 식당, 야마시로

이나사야마의 야경도 잠시 배고픔이 밀려왔다. 물론 이나사야마 지구에도 맛있는 음식점 (관광객들을 타겟으로 하는) 이 많이 있었지만,
가격만 비싸고 일본만의 운치를 느끼기는 어렵지 않을까. 라는 의견에 숙소 근처로 돌아왔다.

숙소에 주차를 하고 설렁설렁 동네를 한바퀴 돌았다. 시간은 7시인데 추운겨울이라 그런지 길거리에 사람 찾아보기도 힘들었고, 열려있는 가게도 별로 없었다. 그때 저 멀리서! 희미하게 주황조명이 새어나오는 가게 발견! 일드 심야식당에나 나올법한 가게였다.


완전 현지식을 내어줄 것 같은 비주얼에 고민하지 않고 들어갔다!



두분의 손님이 주인아줌마와 함께 TV를 보며 수다를  떨고 계시는 작은 가게였다. 
메뉴도 대충, 가격도 대충, 그릇도 제각각이었던 가게.
누가그랬던가. 맛집의 요건인 '욕쟁이 할머니', '더러운 가게' 를 충실히 지키고 있는 곳이었다. 
아주머니가 욕쟁이 할머니는 아니었으나 걸걸한 목소리의 터프한 아주머니였고, 식탁 옆에 자유분방하게 돌아다니는 바퀴벌레들.
놀랍긴 했지만 그냥, 그냥, 새로운 경험이었다.



카운터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던 오뎅 냄비. 뒤편에는 오뎅 종류별 가격이 적혀져있다. 자유롭게 담아서 먹고 나중에 계산하는 식이었다.
그 끓는 모습이 너무 소박하고 정겨운 느낌이여서 한컷! (버너는 30년 가량 안 닦으셨는지? 기름때로 흰색이 검정색이 되었다)



오코노미야키와 돈부리를 시켜서 먹었다. 그야말로 꾸밈없는 맛이었다. 재료 그대로의 맛. 이것이 나가사키풍 오코노미야끼인가?
너무나도 가정식이여서 오코노미야끼라기보다는 빈대떡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어쨋든 맛있었다!

누군가 나가사키에 여행을 간다면 한번 들러보라고 강추할 법한 가게였다.
여행서적에 적혀있는 추천맛집보다 그 지방 고유의 느낌을 간직한. 그 지방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그 지방사회의 음식점을 방문하는 것도
여행의 묘미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날은 나가사키 인근 지방 성지순례를 간다. 다음 날은 위해 오야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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