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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로셀로나 10박 12일] 베르사이유 궁전 지하철 역이 문을 닫다


여행 중 기억에 남는 장면 다섯가지를 꼽으라면 이 장면은 꼭 들어갈 것이다.

베르사이유 궁전역 (Chateau de Versailles) 파업 에피소드.


지금이야 파리 열차가 파업을 자주 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당시에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그야말로 벙 쪘었다.


나는 내 마음대로 멈출 수 없는 탈것에 (약간의) 강박증을 가지고 있다.

고속도로에서 차가 막힌다거나 열차가 멈추지않고 10분이상 달린다거나하면

그 상황을 견딜 수 없이 힘들어하는 그런 강박증으로, 베르사이유까지 가는데에 엄청난 멘탈붕괴를 경험해야했다.


더불어 눈 앞에 화장실이 보이지 않으면 불안한 강박증도 있다.

넓디넓은 베르사이유 정원에 심취하기 보다는 화장실이 보이지 않아 미칠 것 같은 경험을 하고

멘탈이 이중붕괴되어 너덜너덜해졌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역에 당도하여 굉장히 황당한 장면을 목격한다.


역 입구는 굳게 닫혀있고 창너머로 역 내부를 보니 직원들이 청소를 하고 있었다.

프랑스인들은 성난 불어를 구사하며 삿대질을 하고 있었으나 달라지는건 없었다.

그저… 이게 뭔 상황인지… 처음에는 통금인가? 한두시간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라는 낙천적인 마음으로

역에서 나와 근처 동네를 구경했다. (근처 동네가 상당히 예뻤다는 것)


한시간 후쯤 다시 역에 갔으나 굳게 닫혀있기는 매한가지이고 성난 프랑스인들만 두배로 늘어있었다. 

일부는 무리를 지어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는데 길이 있으니 무리지어 가겠지 싶어 그냥 함께 걸었다.

처음에는 대로였다가 다음에는 작은 시골마을을 걸었다.

동네에서 낮술을 하던 어르신들이 껄껄껄 웃는걸보니 심각한 상황은 아닌가보다 싶었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긴 대열이 시골마을을 지나고 있었고

나도 그 대열 중 하나라고 생각하니 뭔가 굉장히 우스웠다. 한국에서도 이런 경험은 못해봤는데.

한 30분쯤 걸었더니 작은 역이 하나 나왔다. (지금도 그 역이름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무장한 군인들이 역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을 체크하고 있어 그 당시에는 무슨 테러사고라도 일어났는 줄 알았다.

지금에서 생각해보니 열차 파업일 뿐이었는데 위화감들게 왜 군인을 배치해놓은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저 파리방향이라는 말에 첫번째 오는 열차를 탔고

오후 6시의 2호선을 떠올리게 할만큼 만원 열차에서 서양인 사이에 짜부되어 숨도 제대로 못쉰채 파리에 도착했다.

중간중간 쉬었다가지않으면 강박증에 미칠 것 같은 나인데 한번도 서지않고 달려가는 열차. 

열차가 서지 않는다는 불안감도 불안감이었지만 무장 군인이 더 무서웠던 덕인지 평소보다 강박증이 덜하긴 했다.

 

멈춘 곳은 파리의 몽파르나스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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