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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키 가족여행 (셋째날,1)
셋째 날이 밝았다. 오늘은 이틀동안 묵었던 유스호스텔을 떠난다.
카운터에 키를 반납하고 나서는데, 직원분들이 문 앞까지 나와, 어색한 발음으로 "또 오세요" 라고 인사해주셨다.
담화실에서 한국말 공부하는 소리가 들려오더라니, 이렇게 인사를 해주시려고 했던걸까? 훈훈한 추억을 안고 유스호스텔을 떠났다.
나가사키 인근 지역을 성지순례를 하고, 온천 여관에서 하루정도 묵을 예정이었다.
말그대로 그냥 예정이었다. 덕분에 전날 밤, 늦은 시간까지 잠도 못자고 이날 묵을 여관을 찾느라 고생했다.
나가사키와 후쿠오카 사이에 있는 온천지역을 검색하고, 공실이 있는 여관을 찾느라 전화를 수십통했다.
여관의 경우 미리 예약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국에서 꼭 예약을 하고 가시길 추천한다.
일본 료칸 (여관) 예약 사이트
큐슈로 http://www.kyushu.or.kr/
일본유랑기 http://www.japanuranggi.com/main/main.html
물망에 올랐던 여관지역은 '운젠' '오바마' '우레시노' '타츠오'
그러나 유스호스텔 직원분들이 '운젠'과 '오바마' 지역을 급구 말리신다.
이유인즉 내일 눈이 온다고 한다. 나가사키는 전체적으로 개발이 덜되어 있어,
꼬불꼬불한 산길이 많은데, 운젠, 오바마 지역으로 넘어가는 길이 많이 미끄러워지기 때문이었다.
결국 우레시노 온천으로 가기로 하고 유스호스텔을 떠났다.
우선은 나가사키 인근지역인 소토메를 방문할 예정이었다.
소토메는 나가사키에서 30분정도 되는 거리에 위치한 작은 시골마을이다.
과거로부터 크리스쳔의 마을로 많은 기독교 탄압과 함께 카구레 키리시탄이 존재했던 마을이다.
그리고 이번여행의 발단이 되었던, 엔도슈사쿠의 '침묵'의 배경지로,
엔도슈사쿠의 문학관도 이곳에 위치하고 있다.
막부시대 일본의 천주교 탄압을 다룬 소설로 , 시대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져있다.
구로사키 교회
나가사키에서 소토메로 이동하면, 소토메 초입에서 구로사키라는 마을을 만나게 된다.
구로사키 마을에 들어서자 언덕위에 있는 구로사키 교회가 눈에 들어왔다. 조금씩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사진에서도 느낄 수 있지만, 구로사키 마을을 상당한 시골이었다. 언덕마다 위치한 집 중에는 카구레 키리시탄도 있겠지?
우리가 교회를 구경하고 있을 때, 한 노년의 일본신사가 성모상앞에 카메라를 설치해두고 한참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디에서 왔냐고 물어보셔서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적잖이 놀라는 표정을 지으셨다.
뭐하시냐고 여쭈어보니, 본인은 나가사키에 사는 사람으로 이 지역은 눈 오는 것이 워낙 드문 일이라
눈오는 풍경에서 성모상을 찍으려고 대기 중이라고 하셨다.
구로사키 교회는 빨간벽돌로 지어졌다. 가난한 마을이었던 구로사키의 신자들이 손수 한장한장 벽돌이 쌓아올렸다고 한다.
벽돌을 살 돈조차 없던 그들은 종교적 신념으로 30여년에 걸쳐 이 아름다운 교회를 완성시켰다고한다.
소라색과 빨간벽돌의 조화. 사진으로 담지는 못했지만 주변의 야자수까지 함께 보면 어딘가 신비로운 느낌이 느껴진다.
시쓰교회
엔도슈사쿠 문학관을 들러 '침묵' 의 원어판을 구입했다. 작게 그려진 시쓰 마을의 안내도를 받을 수 있었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그런 곳이었다.
시쓰교회는 프랑스 신부인 드 로 신부에 의해 세워졌다. 소토메에 있는 교회 중 가장 먼저 세워졌다는 교회.
드 로 신부는 젊은 시절 소토메 마을로와 회당을 짓소 선교는 물론 주민들의 보호자 역할을 자처하였다고 한다.
시쓰 교회 역시 간결하고 소박한 건축물이었다. 1880년대에 지어졌다고 하니 역사의 산 증인이기도 한 셈이다.
하얀색의 건물외벽은 세월의 때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회당 앞에는 녹슬은 작은 종이 있었다. 그 옛날 이 종소리로 산 속 곳곳에 숨어있던 카쿠레 키리시탄들이 이곳으로 모여들었을 것이다.
교회 아래쪽으로는 작은 오솔길이 이어져있었다. '역사의 길' 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길을 드 로 신부의 기념관까지 이어져 있었다.
사진으로도 느낄 수 있지만 시쓰마을을 이렇게 산속에 숨겨져있는 마을이었고,
멀리 산등성이에 숨겨져있는 한두채의 집이 어렴풋이 카구레 키리시탄은 아닐까라는 추측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침묵의 비
시쓰교회에 오르는 길에 '침묵의 비'를 만날 수 있다. 바다를 내려다 보는 듯한 침묵의 비는
엔도 슈사쿠의 '침묵' 에 쓰여있는 구절이 적혀있다.
"인간이 이렇게 괴로운데, 주여 바다가 너무 파랗습니다"
이 한마디가 내 마음을 두드렸다. 주님을 원망할 수 밖에 없었던 주인공 신부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았다.
'믿음'이라는 신념때문에 수없이 박해를 받았던 사람들. 그리고 아픔이 고스란히 담긴 마을.
야속하게도 그 마을을 곁의 대답없는 바다는 너무 파랗고 아름답기만 했던 것이다.
이 한마디의 울림이 이번 여행 (성지순례) 의 의미를 다시금 찾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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